평범한 30대를 지나고 보니 내가 아무런 취미생활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은 특별하고 유익한 취미생활은 없을까 고민하다. 작년쯤 제임스웹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딥스카이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올해 초 당차게 천체망원경을 마련하기보단 나의 현실과 취미의 지속성을 위해 10만 원도 하지 않는 값싼 쌍안경을 구입했다. 엊그제 가평에서 휴식을 취하다 왔는데 그날밤 처음 쌍안경을 사용했고 짧은 후기를 적으려 한다.
첫 시작은 평범했다.
2023.10.04 pm 10:30 분쯤 와이프와 밤하늘을 봤다.
가평에 게릴라성으로 앞이 안보일정도로 비가 내렸는데 저녁쯤 밤하늘이 조금 개었다.
맨눈으로 봐도 달은 밝았고, 구름사이에 보이는 별은 맨눈으로 잘 보였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내가 사는 곳에서도 쉽게 볼정도였다. 솔직히 쌍안경으로 밤하늘을 보기 전까진 어떤 흥분이 크게 없었다.
어렸을 적 북두칠성을 밥 먹듯 보고, 시골 큰집에 제사를 마치고 나면 그 스산한 새벽 밤공기를 마시며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봤기 때문이다.
달 크레이터가 보인다.
와이프가 달을 먼저 보자고 했다. 맨눈으로는 잘 안 보이는 크레이터가 쌍안경으로는 잘 보이긴 한다. 놀랍지 않았다.
요즘 스마트폰이 워낙 고성능이라 휴대폰으로 달을 찍으면 크레이터는 충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쌍안경으로 보는 것이 조금 더 잘 보이고 와닿기에 흥미는 있었다.
여기까지도 솔직히 크게 놀랍지 않았다. 예상했던 결과랄까?
충격 그 자체 그리고 회한
달에서 조금 많이 떨어져, 별 하나가 보일락 말락 한 곳에서 초점을 맞출 때였다. 몇 초가 걸렸을까?
"어.......... 어..................... 억!"
충격.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밤하늘에 내 시력으로는 맨눈으로 대략 한 20개 정도의 별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별인지, 성단인지, 은한지 뭔지는 모르지만)
동그란 쌍안경 렌즈에서 들어오는 별의 개수는 거짓말 안 보태고 30개 그 이상이었다. 그 좁은 렌즈 안 그 한상에서 말이다.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 그 자체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별들이 겨우 10배 당겨보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다니!!!
'왜 이제야 쌍안경을 사서 지금에서야 이 모습을 알았는가?' 너무 후회되고 아쉽고 복잡한 심경이 교차되었다.
우리는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체감이 되질 않는다.
겨우 싸구려 쌍안경하나로 밤하늘을 봤을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많은 별을 볼 수 있으며, 아름답고 경이롭고 눈을 뗄 수 없는지....
다른 곳을 보더라도 또 다른 위치로 정렬되어 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관찰되었다.
나이학력 모든 것을 막론하고 나보다 먼저 밤하늘을 보신 별지기 선배들의 인터넷 조언
'망원경먼저 사지말고 쌍안경으로 시작하라!'
이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그 순간이 충격적이고 별들의 숫자에서 내가 초라해지고, 또 궁금해지고, 더 보고 싶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진짜 진심으로 밤하늘을 제대로 보지 않고 모른다면 한 번쯤은 쌍안경으로 하늘을 보기 바란다. 별자리 이런 거 몰라도 된다.
그냥 한 번만 바라보길 바란다.
삼각대는 필요한 것 같다.
아무리 쌍안경이 가볍더라고 장시간 들고 있자니 피로감이 든다. 특히나 내가 처음 봤던 감정을 와이프한테 보여주자니 초점도 틀어지고 고정되지 않아 나와는 다른 상을 보고 있으니 정확하게 공유되지 않았다. 삼각대 그게 너무 아쉬웠다. 비노홀더, 삼각대를 사긴 샀었는데 말이다. 귀찮아서 못 가져간 게 후회되었다. 아직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니 다음 관측 때는 꼭 들고 갈 예정이다.
밤하늘에 관심이 있던 없던 무조건 쌍안경으로 밤하늘은 한 번쯤 보길추천한다. 망원경처럼 다이나믹한 관측은 안되지만 맨눈으로 볼 수 없던 하얀빛의 점들의 숫자에 압도되기는 충분한다. 나는 이 자체가 너무 흥미롭고, 충격이었으며, 솔직히 왜 이제야 알았는지 회한까지 몰려왔다. 내가 가진 싸구려 쌍안경이 비싼 쌍안경으로 진화하고, 또 그것이 망원경으로 진화되는 과정을 밟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별자리도 큰 지식도 없기에 지금 이 취미생활이 자라나는 순간을 잘 기록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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