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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취미,여가,일상,여행 등)

씨디 플레이어를 아십니까?

by Info-refiner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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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세대(10대)들에게 부는 레트로, 한번 보시겠습니까?❞

어제 고향에서 누나가 연락이 왔더군요.
빵떡(조카애칭)이가 니 방에서 이런 걸 가져왔던데 이게 무슨 겜이냐?
하고 사진을 보냈다.

20여년간 기억속에 잊어버린 게임씨디였다.

사진을 한참 보다가 생각이 났다.
내가 샀는지 친구한테 받은 건지 어디서 왔는지 잘 기억 안 나지만
게임하자마자 배경음악이 소름 끼쳐 바로 꺼버리고 안 한 그 게임.
'화이트데이-미궁'이었다. 오랜 기억 왜곡 속에 '미궁'이라는 것만 기억났다.
누나에게 '아니 이걸 왜 찾아?' 물어보니
요즘 10대들 사이에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의 레트로가 유행이고 조카 놈이 빠졌다는 것이다.
나에게 레트로는 김완선 이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때가 레트로 일 수 있구나...
누나가 이것저것 아이템 뭐 있냐고 물어본다. 디카, 씨디플레이어 등등...
솔직히 10들이 왜 그것들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LP판을 보면서 또는 필름카메라를 느끼는 그럼 감정이랄까... 
오늘은 내 추억을 곱씹고, 이 글을 찾을 수 있는 알파세대들에게도 조끔이나마 알려줄까 싶어 이 아재가 글을 써보기로 한다.
 
그럼 출발하자! 20여 년 전 나의 10대 여!


 

1. 디지털카메라

조카가 이 디카보고 참 좋아 했더라더라. 은색이 내 첫 디카다(2007년)

사실 디카는 내 기억 속에 2000년대 초반에 나왔지만 실제로 보급되기까지 조금 걸렸다. 내가 본 디지털카메라는 2002~2003년에 친구들과 남해 해수욕장에 놀러 가면서 한 친구가 가져왔었고 당시 SD카드라는 개념도 많지 않을 시절이라 용량도 적었다. 사진을 한 50장도 못 찍었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에도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지만 알파세대인 조카 말로는 화질이 구린게 레트로 감성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재여서 화질 구린게 뭔 감성인지를 모르겠다. 화질이 흐려 절로 뽀샵이 된다는 건가? 그런 건가?
각설하고 본인은 디지털카메라를 10대 때는 가지지 못했고 고등학교 졸업선물로 자형(지금 빵떡이의 아빠)에게 선물 받아 알차게 썼다. 그 카메라가 10여 년이 넘어 그 딸이 가지게 된 거니 뜻이 있구나 싶다.
 

2. 씨디플레이어

씨디플레이어가 뭔지 설명해줘야 되는 시대다.

조카가 씨디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듣고 싶은데 오래돼서 고장이 났다고 한다.
내 기준에 당시에 최고의 씨디플레이어는 파나소닉에서 나온 제품이었고 내 친구들도 다수 파나소닉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했다. 
80년대 초반세대는 학창 시절 씨디플레이어보다는 카세트 사용이 많았을 테고 후반으로 갈수록 시디플레이어 사용이 많고 아이리버 MP3사용 경험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이차이 많은 누나들이 있어서인지 초등학생 때는 누나 카세트를 이용했고 중학교 때 처음으로 씨디플레이어를 개인 소장했던 거 같다. 당시에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절이라 '소리바다'를 설치하여 음원을 다운받아 CD-RW를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공씨디를 주고 CD 굽는 걸 부탁했던 기억이 많다. 우주선형 아이리버 MP3가 대세였던 시대에 나는 꿋꿋이 씨디플레이어를 고집했다. 당시에 10만 원 중후반에 씨디플레이어를 구입했었는데 지금도 중고로 그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조카가 중고가격에 대해 이야기해서 놀랐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30~40만 원에 거래되면 오~~ 하겠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격이 똑같다면... 당시에 어지간한 과자 한 봉지는 500원이었다.
💬 카세트플레이어와 씨디플레이어 말고 다른걸 당시에 원했었다.
MD플레이어라고 아는 사람은 당시에 정말 극히 드물었다. 90 후반쯤이었는데 그때 누나가 누나친구한테 빌려서 와서 나도 한번 들어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굉장히 센세이션 했다. 미니디스크 자체가 너무 작았고 국내에서는 미니디스크 구하기란 지방에서 엄청 어려웠다. 물론 국내에서 미니디스크 음반은 없어서 따로 녹음을 하던 문제가 있던 걸로 아는데 굉장한 아이템이었다.
카세트, CD 플레이어는 MP3가 보편화되면서 급격하게 사양길로 접어든다.
 

3. 소니 PSp

이건 뭐... 그리 오래된건 아니다.

소니 p2p는 그리 오래된 물건이 아니다. 90년대에 나온 물건도 아니거니와 2010년까지 짱짱 히 잘 나가던 물건이다. 하지만 조카녀셕에게는 이것조차 레트로 일 수 있고 친숙하지 않다 보니 조만간 물건 꾸려서 택배로 부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모델은 2000년대 중반에 나온 물건으로 두께가 다소 두껍다. 이 녀석이 사라진 건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영향이지 싶다. 당시에 일본이 꽤나 선진적이고 특이하고도 신기술이 많았는데 요즘은 일본에 대해 그다지 관심도 없을뿐더러 국내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참 시대가 많이 변했다 싶다.
 

4.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후반과 00년대

회사에서 Y2K의 위협속에 용케 살아남은 2000년 밀레니엄에 태어난 후배와 같이 일하고 있다. 평소에는 나이차를 못 느끼는데 간혹 옛이야기를 할 때 세대차이를 느낀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와 한창 쌈장 이기석이 코넷에 접속하라 할 때 그 후배는 세상에 한 점도 없었다는 사실에 매번 놀란다. 2002년을 모르는 후배의 마음이 뭘까 생각하면서도 나도 88 올림픽을 기억 못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까? (근데 2002년은 학교가 단축수업도 하고, 축구 경기 끝나고 지나가는 차 위에 올라가도 태극기 들고 대한민국만 외친다면 다 용서하던 시대인데 그때를 모르니...)
7~80년대를 논하지 못하지만 내가 겪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는 굉장히 급박하게 돌아가던 시대다. 집이 바뀌고 강산이 바뀌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기억한다. 특히나 우리 누나들이 TTL에 딱 맞아떨어지는 세대라.
삐삐가 벽돌폰이 되고 그 벽돌폰이 컬러액정으로 바뀌고 벨소리가 단음이었는데 8화음 ⇨ 16화음 ⇨ 32화음 ⇨ 64화음 오케스트라로 착착 넘어가며 세로 화면이 가로로 뒤집어지고 결국 연아의 햅틱으로 바뀌는 그 놀라운 광경이 10여 년 사이에 일어났다. 
펜팔을 주고받던 시대에서 이메일로, 이메일에서 메신저로, 메신저에서 카톡으로 변하는 놀라는 시대상이 90년대 후반과 00년대의 끝이다. 알파세대의 선두주자인 조카가 중학생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 신인류가 나에게 구닥다리로 느껴져 언젠가 버렸는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찾아 나서는 게 유행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
고향 떠나 직장 찾아 출가한 삼촌방에서 골동품을 찾는 조카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긴.... 나도 소싯적 아버지에게 그랬다. 
"아버지! 젊은 시절에 LP판 왜 버리셨나요. 그 속에 비틀즈 화이트앨범이 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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